저도 몇 년 전에 간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30~40배나 치솟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감기 몸살인 줄 알고 동네 병원에서 약 먹고 주사 맞았는데, 1주일이 넘도록 증상이 나아지지 않더군요. 결국 피검사를 했고,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 소화기내과에서 4박 5일 입원치료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정밀검사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연히 간 자체의 문제일 거라 생각했는데, 최종 진단은 '원인 불명'이었거든요.

감염성 질환이 간수치를 올리는 이유
간수치 상승의 원인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당연히 간 자체의 질환입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감염성 질환 때문에 간수치가 오르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몸 전체에 염증이 생기면 염증 매개 물질이 간수치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EBV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성 단핵구증이나 쯔쯔가무시, 심지어 홍역 같은 감염도 간수치 상승을 유발합니다. 특히 2030세대에서 흔한 EBV 감염은 간수치를 급격히 올릴 수 있고, 나이 드신 여성분들에게서 요로감염이 심해져 신우신염으로 진행되면 전신 염증 반응으로 간수치가 함께 오릅니다.
중요한 건 이런 경우 감염 질환이 호전되면 간수치도 자연스럽게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점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정말 의아했습니다. 간수치가 그렇게 높았는데 간 자체는 문제가 없을 수 있다니, 우리 몸은 정말 신비한 인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심장과 근육, 갑상선도 간수치에 영향을 준다
심장 기능 저하도 간수치를 올리는 주요 원인입니다. 장에서 나온 혈류가 간을 통과한 뒤 간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돌아가는데,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지면 하수구가 역류하듯 간 쪽으로 피가 몰리게 됩니다. 심부전이나 심장성 쇼크, 부정맥으로 심박출량이 감소하면 간이 정상이어도 간수치가 상승할 수 있습니다.
운동을 과도하게 하고 나서 간수치가 오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횡문근융해증이라는 상태인데, 근육 세포가 대량으로 깨지면서 AST 수치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AST는 간뿐 아니라 근육에도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간 자체는 멀쩡해도 수치상으로는 간 문제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갑상선 기능 이상도 간수치에 영향을 미칩니다. 갑상선 기능 저하나 항진으로 호르몬 불균형이 생기면 간수치가 올라가는데, 갑상선 기능이 정상화되면 간수치도 함께 좋아집니다. 쿠싱증후군처럼 체내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내분비 질환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폐, 신장, 자가면역질환까지 고려해야
폐 질환이나 호흡 문제로 전신 저산소증이 발생하면 간세포가 허혈에 약해 바로 괴사가 일어나며 간수치가 상승합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나 중증 폐렴, 심한 수면무호흡증도 간접적으로 간수치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저혈압이나 쇼크로 간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간수치가 급격히 오릅니다. 출혈성 쇼크나 패혈성 쇼크가 발생하면 다음날 간수치가 수천, 수만 단위로 치솟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쇼크가 해결되면 간수치가 매우 빠르게 정상화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신장 기능 저하로 요독이 쌓이거나 전해질 불균형이 생겨도 간수치가 올라갑니다. 급성 신부전이나 투석 직전 단계의 환자에게서 간수치가 약간 상승한 소견이 자주 관찰됩니다. 다만 이 경우는 간수치가 조금만 오르는 편이고, 정상치의 5배 이상 급격히 상승한다면 다른 합병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전신홍반루푸스(SLE)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간수치 상승과 연관이 있습니다. 면역계의 혼란이 전신 염증을 유발하면서 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간수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간 질환은 아닙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더 확실히 느끼는 건데, 피검사 수치 하나만으로 몸의 상태를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간수치가 지속적으로 높게 나온다면 우르사 같은 간 영양제만 먹을 게 아니라, 반드시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 숨겨진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B형간염 보균자든 여러 이유로 간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간이 아닌 다른 곳이 진짜 문제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