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저는 골다공증이란 단어를 들으면 자동으로 '폐경기 여성'을 떠올렸습니다. 남자인 제게는 한참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죠. 그런데 가족 중 한 분이 화장실에서 살짝 미끄러졌을 뿐인데 고관절 골절로 수술대에 오르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나니, 제 안일함이 얼마나 위험한 착각이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분은 평소 건강하신 편이었는데,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던 거죠.

골다공증, 남성도 예외가 아닌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은 혹시 골다공증을 여성만의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계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실제 통계를 보면 생각이 완전히 바뀝니다. 국내 70대 이상 남성의 약 20%가 이미 골다공증을 가지고 있고, 골감소증(골밀도가 정상보다 낮지만 골다공증 수준은 아닌 상태)까지 포함하면 무려 70%가 골절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출처: 대한골대사학회).
여기서 골감소증이란 뼈의 밀도가 정상 범위보다 낮아진 상태로, 아직 골다공증 진단 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골절 위험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단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건물로 치면 기둥에 금이 가기 시작한 상태인 셈이죠. 제가 직접 확인해 본 바로는, 남성들 사이에서 골밀도 검사를 받아본 사람이 생각보다 정말 드뭅니다. "아이, 뭐 그건 여자들이나 하는 거 아니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남성이 골다공증으로 골절을 당하면 사망률이 여성보다 오히려 높다는 점입니다.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이 20~30%에 달하고, 살아남더라도 10명 중 6명은 일상생활을 혼자 할 수 없게 됩니다. 제 가족분도 수술 후 거동이 불편해지니 근육이 눈에 띄게 빠지고, 합병증으로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며 이 수치가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골다공증은 이중에너지 X선 흡수계측법(DXA)이라는 특수 장비로 진단합니다. 이 장비는 엑스레이보다 방사선 조사량이 훨씬 적고 5분 안에 측정이 끝나기 때문에 안전하고 효율적입니다. 측정 결과는 'T점수'로 나오는데, 이건 마치 시력이나 혈압처럼 본인의 뼈 나이를 숫자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T점수는 젊었을 때 가장 좋은 골밀도의 평균치와 비교해 현재 골밀도가 얼마나 떨어졌는지를 표준편차로 나타낸 값입니다. -2.5보다 낮으면 골다공증, -1과 -2.5 사이면 골감소증으로 진단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T점수가 1 감소할 때마다 골절 위험이 2~3배 올라간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검사를 받아보니 제 T점수는 -1.3이었는데, 이게 골감소증 범위라는 걸 알고 나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가에서도 골다공증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검진 대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만 54세와 66세 여성만 생애전환기 검사에 골밀도 측정이 포함되었는데, 2025년부터는 만 60세 여성도 포함됩니다(출처: 보건복지부). 하지만 여전히 남성은 국가 검진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정말 답답합니다. 통계상 남성의 사망률이 더 높은데, 정작 검진 시스템은 여성 중심으로만 설계되어 있다니요.
골밀도 검사, 언제 받아야 할까요?
골다공증의 가장 큰 문제는 '침묵의 질환'이라는 별명처럼 골절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뼈에 구멍이 생겨도 아프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아, 내가 골다공증이었구나" 알게 되죠. 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특히 골다공증은 유전력이 50~80%에 달합니다. 부모님이 골다공증이 있다면 본인도 높은 확률로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 경우도 어머니가 골감소증 진단을 받으셨는데, 그 얘기를 듣고 나서야 제 뼈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나는 남자니까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언제 골밀도 검사를 받아야 할까요? 국가 검진 대상이 아니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서 검사를 받아보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 부모님 중 골다공증 진단을 받으신 분이 있는 경우
- 50세 이상 남성으로 최근 키가 2cm 이상 줄어든 경우
- 장기간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
-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습관이 있는 경우
- 체중이 급격히 감소했거나 저체중인 경우
저는 작년에 처음으로 골밀도 검사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옷을 입은 채로 기계에 5분 정도 누워 있으면 끝이었고, 결과도 바로 나왔습니다. 비용도 보험 적용을 받으면 1~2만 원 수준이었습니다. 이 정도 시간과 비용으로 향후 골절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골감소증 단계에서의 관리입니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까지 진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은 괜찮다"고 안심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게 가장 위험한 함정입니다. T점수가 1 낮아질 때마다 골절 위험이 2~3배 뛴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골감소증은 골다공증으로 가는 중간역이고, 이 시점에서 식습관 개선, 운동, 필요시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 골다공증으로의 진행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골감소증 진단을 받아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드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아직 골다공증은 아니니까 괜찮겠지"라고 방심했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분의 골절 사고를 겪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골절이 발생하고 나면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사망률도 급증합니다. 질병이 완전히 진행된 후 치료하는 것보다, 진행 과정에서 선제적으로 막는 게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남성 골다공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의료 시스템이 아직 부족한 것도 문제입니다. 국가 검진에서 남성이 제외되어 있고, 골다공증 관련 홍보도 대부분 여성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70대 남성 10명 중 7명이 골절 위험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들은 본인이 위험군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제는 남성들도 골밀도 검사를 '생존 검진'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뼈 건강을 챙겨야 할 때입니다.
골다공증은 예방 가능한 질병입니다. 혈압이나 혈당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듯이, 본인의 T점수를 알고 관리한다면 노년기 삶의 질을 지킬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1년에 한 번씩 골밀도 검사를 받기로 마음먹었고, 칼슘과 비타민D 섭취에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골절이 발생한 후 후회하는 것보다, 지금 당장 병원을 찾아 본인의 뼈 나이를 확인해 보시길 진심으로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