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뇌동정맥기형 (전간발작, 뇌출혈, 치료법)

by 장수생활 2026. 3. 11.

솔직히 저는 '뇌동정맥기형'이라는 병명을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저 건강검진만 꼬박꼬박 받으면 큰 병은 피할 수 있다고 안일하게 생각했죠. 그런데 평소 건강하던 지인이 제 눈앞에서 갑자기 쓰러지며 전신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을 목격한 순간, 제 안전에 대한 모든 확신이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응급실에서 혈관 조영 검사를 받고 나서야 알게 된 진단명은 뇌동정맥기형이었고, 교수님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온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뇌 속 혈관 하나가 인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뇌동정맥기형

전간발작으로 발견된 뇌동정맥기형, 뇌출혈 전 마지막 경고

지인이 쓰러진 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심장이 철렁합니다.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눈동자가 풀리더니 온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경련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저 과로나 저혈당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응급실 의료진은 즉시 CT와 뇌혈관 조영술(cerebral angiography)을 지시했습니다. 여기서 뇌혈관 조영술이란 조영제를 혈관에 주입한 뒤 X-ray로 뇌혈관의 구조를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검사로, 작은 혈관 이상까지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진단 방법입니다.

검사 결과 화면에 나타난 건 실타래처럼 뒤엉킨 혈관 뭉치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뇌동정맥기형(AVM, Arteriovenous Malformation)"이라고 설명하셨는데, 쉽게 말해 뇌 속 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 없이 직접 연결되어 정맥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라는 겁니다. 정상적으로는 동맥 → 모세혈관 → 정맥 순서로 혈액이 흐르며 압력이 조절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되면서 얇은 정맥이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해 언제든 터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국내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10~100명 수준으로, 생각보다 드물지 않은 질환입니다(출처: 대한신경외과학회).

제 지인이 겪은 '전간 발작(epileptic seizure)'은 뇌출혈로 가기 전 뇌가 보낸 마지막 경고였습니다. 여기서 전간 발작이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로 인해 발생하는 경련 증상으로, 일반적으로 '간질 발작'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뇌동정맥기형 환자의 약 50%는 첫 증상이 뇌출혈이고, 나머지 절반은 전간 발작이나 심한 두통으로 발견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첫 출혈 시 사망률이 약 10%, 사지마비나 의식 저하 같은 후유증 발생률이 50~80%에 달한다는 점입니다.(출처:대한뇌졸중학회). 그리고 한 번 출혈이 발생한 후 첫 1년 내 재출혈 확률은 6~20%로 매우 높습니다. 지인의 경우 다행히 출혈 전에 발견되어 즉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었지만, 만약 발작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당시 병실에서 직접 본 뇌혈관 조영술 사진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정상 혈관은 가느다란 실처럼 질서정연하게 뻗어 있는데, 기형 부위는 마치 혈관이 폭발한 것처럼 뭉쳐 있었습니다. 의료진은 "이 부분이 터지면 주변 뇌 조직이 손상되고, 위치에 따라 언어 장애나 운동 마비가 올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진통제로 해결되지 않는 극심한 두통이나 갑작스러운 발작은 절대 가볍게 넘길 증상이 아니었습니다.

치료법 선택의 딜레마, 미세수술과 색전술 사이에서

뇌동정맥기형은 약물로는 치료가 불가능합니다. 세 가지 주요 치료법이 있는데, 첫째는 미세수술(microsurgery), 둘째는 혈관내 색전술(endovascular embolization), 셋째는 방사선 수술(radiosurgery)입니다. 지인의 경우 출혈 위험이 높고 기형 크기가 3cm 이상이어서 미세수술을 권유받았습니다. 여기서 미세수술이란 현미경을 이용해 두개골을 열고 기형 혈관 덩어리를 직접 제거하는 방법으로, 출혈과 기형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치료법입니다.

수술 전 의료진과 상담하면서 느낀 건, 각 치료법마다 명확한 장단점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세수술은 완치율이 높지만 개두술(craniotomy)을 해야 하므로 회복 기간이 길고 합병증 위험도 있습니다. 반면 혈관 내 색전술은 혈관 안으로 카테터를 넣어 금속 코일이나 접착제로 기형 부위를 막는 방법인데, 쉽게 말해 '혈관 안쪽에서 막아버리는' 시술입니다. 수술보다 환자 부담이 적고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부분적으로만 막힐 경우 내부 압력이 급격히 변해 오히려 출혈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함정입니다.

방사선 수술은 감마나이프(gamma knife) 같은 장비로 기형 부위에 고선량 방사선을 집중 조사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감마나이프란 실제 칼로 자르는 게 아니라 방사선을 한 점에 집중시켜 혈관을 서서히 막는 비침습적 치료법입니다. 크기가 3cm 이하인 작은 기형에 효과적이고 완치율은 60~85% 정보지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1~3년이 걸리고 그 사이 출혈 위험은 남아 있습니다. 또한 주변 정상 뇌 조직이 방사선에 노출되어 약 10%의 환자에게서 두통, 인지 기능 저하 같은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 지인은 고민 끝에 미세수술을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는 덜 부담스러운 색전술을 먼저 시도할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의료진은 "출혈 위험이 높고 크기가 큰 경우, 단번에 확실하게 제거하는 게 장기적으로 안전하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수술은 약 6시간 걸렸고, 다행히 기형 부위를 완전히 제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술 후 뇌혈관 조영술로 재확인했을 때 더 이상 비정상 혈관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다만 수술 후 관리도 중요합니다. 전간 발작 예방을 위해 항전간제(anti-epileptic drugs)를 복용해야 하는데, 여기서 항전간제란 뇌의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문제는 많은 환자가 "수술했으니 이제 괜찮겠지"라고 생각해 임의로 약을 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지인도 퇴원 후 몇 달간 약을 꾸준히 먹다가 증상이 없어지자 "이제 안 먹어도 되지 않을까?"라고 물어왔습니다. 하지만 의료진은 "뇌파 검사(EEG)로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서서히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임의로 약을 중단하면 발작이 재발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뇌동정맥기형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 결정'입니다. 일반 건강검진에서는 뇌혈관 이상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가족력이 있거나 원인 불명의 심한 두통이 반복된다면 정밀 MRA(자기공명혈관조영술) 검사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치료법을 선택할 때는 단순히 '덜 아픈 방법'이 아니라, 완치율과 재발 위험, 본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하고, 필요하다면 다학제 협진(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신경과 등)을 통해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게 중요합니다.

뇌동정맥기형은 선천적 발생학적 이상으로 생기지만, 증상이 없으면 평생 모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 발견되면 '시한폭탄'이 됩니다. 제 지인의 사례를 통해 배운 건, 뇌가 보내는 신호를 절대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전간 발작, 진통제로 해결되지 않는 두통, 사지 마비나 언어 장애 같은 신경학적 이상이 나타나면 즉시 신경과나 신경외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주저하지 말고 정밀 검사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발견이 빠를수록 선택지도 많아지고, 완치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94j3w0T6yI


소개 및 문의 · 개인정보처리방침 · 면책조항

© 2026 100세시대 건강백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