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진 결과를 받아 든 순간, 0.8cm라는 숫자가 유독 크게 느껴졌습니다. 평소 고기를 즐겨 먹으면서도 젊다는 이유로 건강을 과신했던 제게, 모니터 속 작은 용종은 무거운 경고장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제거 시술을 받았고, 며칠간 대변 색깔을 확인하며 불안해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용종을 떼어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용종이 자라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올가미부터 전기칼까지, 내시경 절제술의 실제
제가 받았던 시술은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EMR)이었습니다. 여기서 EMR이란 철사로 된 올가미를 이용해 용종을 잡아서 절제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2cm 이하의 작은 용종에 주로 사용되는 방식이죠. 실제로 시술을 받을 때는 전혀 통증이 없었고, 모니터로 용종이 제거되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었습니다.
1cm보다 큰 용종의 경우에는 좀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이라는 방법인데, 용종 주변에 용액을 주입해서 병변을 띄운 다음 전기칼로 직접 오려내는 방식입니다. ESD는 불완전 절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술 후 출혈이나 천공의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의료진의 숙련도가 중요합니다(출처: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저는 시술 후 클립 봉합을 받았습니다. 클립이란 내시경으로 삽입하는 의료용 집게 같은 것인데, 절제 부위를 봉합해서 출혈과 천공을 예방하는 역할을 합니다. 신기한 건 이 클립이 상처가 아물면 자동으로 떨어져서 대변과 함께 자연 배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시술 일주일 뒤쯤 대변에서 작은 금속 조각을 발견했을 때, 현대 의학의 정교함에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시술 후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출혈과 천공입니다. 출혈은 대변 색깔로 확인할 수 있는데, 검붉은 색이나 선홍색 혈변이 보이면 즉시 병원에 연락해야 합니다. 천공은 더 위험한 합병증으로, 갑자기 배가 심하게 아프거나 눌렀을 때 극심한 통증이 있다면 지연 천공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저는 다행히 별다른 합병증 없이 회복했지만, 시술 후 3일 동안은 대변을 볼 때마다 긴장했던 게 사실입니다.
식이섬유 25g,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목표
시술 후 상담에서 들었던 제 식습관에 대한 지적이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평소 채소를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섭취량을 계산해 보니 하루 10~15g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권장량은 남자 기준 35g, 여자 기준 25g인데 말이죠. 우리나라 성인의 80%가 권장량에 미치지 못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저 역시 그 80%에 속해 있었던 겁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여기서 식이섬유란 우리 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는 식물성 성분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장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고 발암물질이 장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문제는 이 25~35g을 채우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입니다.
의료진이 제안한 방법은 의외로 구체적이었습니다. 작은 접시로 야채 반찬을 두세 접시 더 먹으라는 거였죠. 저는 이 조언을 실천하기 위해 점심과 저녁마다 샐러드를 추가하고, 간식으로 사과나 당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번거로웠지만, 3개월쯤 지나니 확실히 배변 활동이 규칙적으로 바뀌었고, 속이 더부룩한 느낌도 줄어들었습니다.
반대로 줄여야 할 것도 있습니다. 바로 과도한 육류 섭취입니다. 붉은 고기와 가공육은 대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데, 저처럼 삼겹살과 스테이크를 즐기던 사람에게는 쉽지 않은 변화였습니다. 완전히 끊을 순 없어서, 일주일에 2~3회로 횟수를 제한하고 한 끼 분량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대신 생선과 두부 같은 단백질 공급원을 늘렸죠.
용종을 제거한 뒤 제가 깨달은 건, 의료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예방은 제 몫이라는 사실입니다. 내시경으로 용종을 제거하는 건 한순간이지만, 용종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식습관을 바꾸는 건 평생의 과제입니다. 3년에서 5년마다 돌아오는 추적 검사도 중요하지만, 매일 먹는 식탁 위의 선택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저처럼 용종을 경험하신 분이라면, 절제술의 종류나 시술 방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늘 식탁 위에 식이섬유가 얼마나 올라와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