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코로나 이전에 회사 일을 마치고 밤마다 제가 운영하던 수제맥주집으로 출근하는 생활을 몇 년간 반복했습니다.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자영업자로 살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 없었고, 새벽 2시쯤 영업을 마치면 야식과 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보내니 어느새 습관처럼 술을 찾게 되더군요. 일반적으로 알코올 의존증은 의지로 끊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의지로는 끊을 수 없는 이유
많은 분들이 "술 좀 끊으면 되잖아"라고 쉽게 얘기하시는데,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끊으려고 하니 생각처럼 되지 않더군요. 보통 술은 스트레스받는 날 한 잔 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으로 시작됩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술이 기호식품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약처럼 인식된다는 점입니다.
기분이 안 좋거나 잠이 안 올 때 술을 찾게 되면, 뇌는 이 패턴을 학습합니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자동으로 "저번에 술 먹고 잘 잤잖아"라고 신호를 보내는 거죠. 저도 밤늦게 일을 마치면 긴장이 풀리지 않아서 술 없이는 잠들기 어려웠습니다. 이게 반복되면서 제 몸은 술을 필수품처럼 인식하게 됐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알코올 의존증은 뇌 질환입니다. 알코올이 들어오면 뇌에서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되면서 일시적인 해소감을 주는데, 문제는 이게 반복될수록 내성이 생긴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맥주 한 잔이면 잠이 왔는데, 점점 두 잔, 세 잔으로 늘어나고, 그래도 예전만큼 개운하지 않습니다. 술이 깨고 나면 다시 우울하고 불안한 상태가 반복되는 거죠.
뇌질환으로 보는 알코올 의존증
일반적으로 마약은 끊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알코올의 의존성은 많은 마약보다 높습니다. WHO에서 공식적으로 마약으로 분류한 물질 중에서도 알코올의 의존성은 대마초, 엑스터시, LSD, 심지어 암페타민보다 위에 위치합니다. 이 정도면 개인의 의지만으로 끊기를 기대하는 게 무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술을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실제로 끊으려고 하면 가슴이 불안하고, 손이 떨리고,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뇌는 "다시 마시면 되잖아"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이게 바로 중독 회로가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에게 의지로 병을 고치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알코올 의존증도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봐야 합니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이 다음 중 두 가지 이상 해당된다면 알코올 의존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술 양을 줄이려 했지만 실패했거나, 술 생각이 자주 나거나, 술 때문에 가족이나 직장에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술 마신 다음 날 기억이 자주 끊기거나, 술 없이는 잠이 오지 않거나, 예전보다 많은 양을 마셔야 취한다면 이미 의존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료방법과 실전 적용
제가 술을 끊기로 결심한 건 건강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고, 일상생활에 의욕이 완전히 사라진 뒤였습니다. 습관적으로 마시는 술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리고, 업무 효율성까지 낮춥니다. 저는 점점 술에 의존하게 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술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단번에 끊어내겠다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최소한 이전보다 술 마시는 횟수가 확실히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번에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알코올 의존증 치료는 좋아졌다가 나빠졌다를 반복하는 게 정상입니다. 여러 번 실패하는 것도 당연한 과정이니, 자책하지 말고 다시 마음을 다잡으면 됩니다.
혼자서 끊으려고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중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환자 상태에 맞춰 치료를 진행합니다.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는 사람에게는 수면제를, 우울증이나 불안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약물을 처방합니다. 수면제 중독이 걱정될 수 있지만, 알코올 중독이 훨씬 더 위험합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상담 치료, 필요하면 입원 치료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받을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권하면 불쾌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정신병 취급이 아니라 몸이 덜 힘들게 술을 끊도록 돕기 위한 과정입니다. 알코올 의존증은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라 가족과 지인 모두가 함께 고통받는 병입니다. 저도 제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음식이나 술로 푸는 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도한 양과 빈도로 술을 마시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완전히 끊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예전처럼 매일 밤 술을 찾지는 않게 됐습니다. 중요한 건 이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는 걸 인정하는 것입니다. 혼자 싸우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